일본에 온 지 백일 정도가 흘렀다. 정신없이 일본에 올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아니 일본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만 해도 매주 한번씩이라도 블로그에 일기를 써야지 생각했었는데 왠지 잘 시작이 안됐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내 글은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도 있었고,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삶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사실 별 볼 일 없어보이는 내 일상이 부끄럽기도 했다. 세상사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오로지 내 안위만 채우고 있는 내 일상이 기록으로 남길만한 가치가 있나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귀찮음이 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든지간에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즈음처럼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적이 있었나 싶은 정도로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알람에 쫓..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이문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어릿광대처럼 자유롭지만 망명 정치범처럼 고독하게 토요일 밤처럼 자유롭지만 휴가 마지막 날처럼 고독하게 여럿이 있을 때 조금 고독하게 혼자 있을 때 정말 자유롭게 혼자 자유로워 죄스럽지 않고 여럿 속에서 고독해도 조금 자유롭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그리하여 자유에 지지 않게 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게 나에 대하여 너에 대하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 이문재 시집 중에서
'Kiss from portugal' 로 시작하는 그의 메일을 읽고 울컥하는 맘으로 여행 후기를 쓴다. 공항노숙을 해야하는 귀국 여정이 버겁고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지금 이순간은 내가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버퍼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이런저런 여행의 여운도 충분히 느끼고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될 수 있어 감사하다. 모든 것이 감사한 순간이다. 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모든 이들에게, 여정 속에서 나와 시간을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던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무사히 여행을 마쳐가는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한때 난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아주 바뀐 건 아니지만, 어쩌면 인생에 가끔 꼭 필요한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