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2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 까미노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정신없고 바쁜 하루였다. 오늘도 룸메이트들이 준비하는 소리를 들으며 깼다. 그리고 7시가 약간 넘어 출발했다.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지막 날이니 여운을 즐기자 생각하며 천천히 걸었다. 한시간 즈음 걸은 뒤에 또르띠야로 아침도 먹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지루한) 또르띠야. 그리고 한 세시간을 쉼없이, 대신 아주 천천히 걸었다. 중간중간 살짝 해도 나고 사람들도 많아 안심하고 이런저런 생각들도 차분히 정리하며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차오르더니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마침 근처에 바가 있어서 간식을 먹으며 큰 비를 피하고 다시 출발했다. 보슬비가 내렸지만 비가 멈출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출..
20170511 (팔라스데레이-사르세다) 어제 캡슐호텔처럼 생긴 알베르게에서 푹 잤다. 침대마다 커튼을 칠 수 있고 조명과 콘센트가 있는 아주 훌륭한 알베르게였다. 덕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눈치보지 않고 밝은 곳에서 편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6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7시 출발!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비가 왔다. 다시 알베르게에 들어가서 우비를 입고 길을 나섰다.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는 68km 정도. 비오는 날 걷는 것은 처음이니까 일단 컨디션을 보고 얼마나 걸을지 결정하려고 했다. 만약 신발에 물이 새면 무조건 멈춘다는 원칙만 세우고서 걷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올수록 걸음이 빨라졌다. 어디든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생각해도 속도를 내어 걸었다. 어제부터 동행하고 ..
20170510 (포르토마린-팔라스데레이)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어제 오랜만에 걸어서 였을까. 일곱시가 좀 넘어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혼자 걷기 시작했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단체로 국토순례를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 이래서 사리아부터는 순례의 느낌이 덜 든다고 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오늘은 내 생각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그래서 혼자 걷는 길이지만 즐겁기도 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 이후엔 동행을 했지만...) 뭐든 고민이 될 땐 솔직함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걱정이 되고 염려가 되는지 상대와 솔직하게 소통하기. 그러다보면 뭐라도 되겠거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무언가를 결정하려고 하기 보다는 걱정과 고민을 정리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