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8 (레온-사리아) 10시간이나 잤다. 오늘 오후에 산티아고까지 버스를 타고 갈 생각으로 8시까지 늦잠을 푹 잤다. 사람들이 거의 떠난 알베르게에 남아서 천천히 샤워도 하고 짐을 챙겼다. 그리고 이제 걸을 일이 없지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판쵸 우비를 꺼내 버렸다. 그리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마침 알베르게가 까미노 위에 있어서 노란 화살표들이 많이 보였다. 몇몇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어찌나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해주는지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왠지 그립고 애틋하고 아쉬운 마음에 울컥울컥했다. 그래서 좀 더 고민해보고픈 마음에 일단 근처 바에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하나 시켜서 먹었다. 산티아고로 떠나는 버스는 4시. 그리고 만약 까미노를 더 걷고 싶다면 적어도 1시에는 루고로 가는 버스를..
20170507 (비냐까자르데시르가-레온) 사실상 까미노의 마지막날이었던 오늘. (여전히 고민이 된다. 내일 아침에 눈을 떠서 결정해야지!) 까리온까지 6키로 남짓을 아주 천천히 걸었다. 첫날 피레네를 넘던 날처럼 하늘에 구름한점 없이 아주 화창했다. 이틀전까지만 해도 까미노를 그만 걷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전혀 없었는데, 어제부터 맘이 흔들린다. 사람들에게 그만 걸을 거라고 얘기하고, 또 그들의 놀라고 아쉬워하는 반응들을 보면서 더 고민하게 된다. 나보다 훨씬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은, 왜 걸을까 이 길을... 까리온에서 7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바에 앉아서 휴대폰을 충전하면서 톡투유를 봤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다. 동양인 여자애가 혼자 바에 앉아서 영상을 보며 울고 웃는 모..
20170506 (이떼로데라베가-비냐까자르데시르가) 오늘은 계획보다 10km나 더 걸었다. 아마 혼자라면 5km 더 걸었을까? 잘 모르겠다. 지루해서 오늘 걸은 30km보다 훨씬 덜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태어난 지 3개월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피터라는 친구랑 하루종일 같이 걷게 되었다. 나와 비슷하게 걸음이 느려서 걷는 데 많이 힘겹지 않았다. 한국에도 여러번 와봤고 한국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난 또 한국 뒷담화를 엄청 했다. ㅋㅋ 한국의 학교, 성소수자, 세월호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꼭 북한 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에게 한국에 관한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아 어렵다는 이야기도 보태주었다. 오늘도 구름이 많아서 걷기에 수월했다. 게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