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5 푸앤테데레이나 아침에 깨어서 잠깐 고민을 했다가 걷지 않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무릎을 위한 하루를 보내기로...! 느즈막히 샤워를 하고 짐을 싸고 근처 카페로 가서 오전 시간을 보냈다. 한 알베르게에서는 이틀 이상 머물 수가 없어서 다른 알베르게가 문을 열 때까지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기다렸다. 전자책을 사서 절반 넘게 읽었다. 구구절절 공감이 되어 종종 콧등이 시큰거렸다. 그 중 몇가지 인상적인 구절들을 기록해본다. - 스스로에게 실수를 허용하지 않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 행동원칙과 자아상이 충돌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높은 기준은 낮은 자존감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기준은 타인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기곤 한다고 한다. 이에 관한 내용들을 읽으며 떠오르는 ..
20170424 (수리키에기-푸엔테데레이나) 여전히 무릎 꼭지가 시큰거린 채로 하루를 시작했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 오늘은 짐을 나눠싸고 배낭을 짐배송 서비스로 부쳤다. 한치의 아쉬움도 없었고,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가방에는 물과 간식, 여권과 지갑만 넣고 길을 나섰다. 첫 코스는 페르돈봉을 넘는 것이었다. 어제 많이 올라와서 오르는 건 걱정이 없었는데 내려가는 것이 걱정이었다. 며칠간의 경험으로 하산이 무릎에 아주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릎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찌릿거리며 아팠고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통증의 범위가 넓어졌다. 절뚝거리며 내려오니 만나는 사람마다 괜찮냐고 물었고 난 그때마다 울상을 지었다. 정말 눈물이 찔끔 날 지경이었다. 무릎..
20170422 (수비리-팜플로냐) 어제 밤엔 다행히 잠을 푹 잤다. 자주 깨지 않았다. 일곱시 즈음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처음엔 방향을 찾지 못해 헤맸다. 내일은 사람들이 나갈 때 잘 따라나서야겠다. 헤매던 중에 다행히 어제 만났던 아저씨를 만나서 노란 화살표를 찾았고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오늘은 걸으면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늦게 출발한 탓인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산 속에서 사람이 거의 없어서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몇해 전에 누군가가 노란 화살표를 자기집 방향으로 그려놓고는 여자 순례자를 성폭행했다는 사건이 계속 생각났다. 아무도 없으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혼란스럽고 그 길이 엄청 길고도 멀게 느껴졌다. (아마 혼자 걷는 삶도 마찬가지겠지) 혼자라 이런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