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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056 귀국 여정

hyeminist 2017. 5. 27. 05:07

아니 벌써 26일! 지금은 상하이 홍차우 공항이다. 이곳까지 어찌나 힘겹게 왔는지, 무사히 왔다는 사실이 스스로가 신기하고 대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여기서 9시간만 밤을 지새우면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탈 수 있다. 어서 한국에 가서 방을 청소하고 짐을 정리하고 떡볶이를 먹고 싶다.....ㅋ

오늘은, 아니 어제는 아홉시 즈음에 일어났다. 그 전날 야간열차를 타서 너무 피곤했었는데 다행히 푹 잤다. 그리고 아침엔 마지막으로 남은 햇반과 인스턴트 된장국을 만들어 먹었다. 별로 끌리지 않았지만 짐을 줄이자는 맘으로 먹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쫄깃한 밥의 식감이 반가웠다. 후딱 한그릇을 헤치우고 마드리드의 이태원이라는 츄엔카에 갔다. 성소수자들이 많이 살기도 하고 bar나 식당이나 잡화점이 많은 곳이다. 앨리스들에게 선물로 줄 레인보우 목걸이도 사고 이리저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산책을 했다. 예쁘고 빈티지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오브젝트들 몇개도 샀다. 남은 돈을 모두 탕진했다. 그리고 호스텔에 짐을 가지러 가는데 오버부킹 때 받은 카드가 생각났다. 얼마가 남았을지 알 수 없지만 만원 이하로 남았을 거라는 추측만 가지고서 호스텔 옆에 있는 러쉬에서 비누도 샀다.

그리고 호스텔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엄두가 안나서 약간 쉬고 있었다. 그랬더니 호스텔 직원도 아닌 게스트로 머물고 있는 남자 한명이 나오더니 도와주겠다며 짐을 1층까지 내려주었다. 이 고마운 사람들. 조건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감사하고 보람찬 부분이다.

마드리드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는 20분에 한대씩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질 않았다. 한시간을 기다려서야 겨우 탈 수 있었다. 여유롭게 나오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다. 그리고 티켓팅을 하러 갔는데 그때가 비행 3시간 30분 전이었는데도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내가 보기에 모두 중국인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 바로 내 뒤에 한국인 여자친구가 와서 말을 걸어서 우린 서로 말동무를 하며 긴 줄을 기다렸다. 마침 까미노도 다녀온 친구라서 여러모로 통하는 바가 많았다. 함께 텍스리펀도 받고 무사히 비행기에도 탔다. 혼자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탔는데 나와 같은 라인에 한국인 여자친구가 앉아 있어서 또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올 수 있었다. 가운데 자리가 비어서 편히 올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에 도착해서부터... 다시 시작됐다. 난 중국 푸동공항에 도착했는데 내일 오전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홍차오공항에서 타야했다. 티켓을 바꿀 수 있는지 물었지만 안된다고 했고, 중국돈이 하나도 없었던 나는 30위안을 만원이나 주고서 바꾸고 공항버스를 탔다. 그런데 공항버스가 도착한 곳은 터미널2. 내가 내일 비행기를 타야하는 곳은 터미널1이었지만, 30위안을 공항버스 티켓값으로 써버린 나는 돈이 또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3위안이면 지하철 한정거장으로 올 수 있는 거리를 엄청난 줄을 기다려서 택시를 탔다. 그런데 왠걸 내가 갖고 있는 카드 5개가 모두 작동이 안되는거다. 택시기사가 짜증을 내며 그냥 내리라고 했다... ㅠㅠ 미안하고 고마웠지만... 사실 좀 무섭기도 했다. 헤꼬지를 할까봐. 외국에서 택시를 혼자 타는 것은 넘나 무서운 일. 여행이 끝나가는 마당에 이제서야 혼자라는 것이 외롭고 무서웠다. 어쨌든 무사히 홍차오 공항 2터미널에 도착! 정말이지 길고 긴 여정이다. 어서 한국에 가서 떡볶이를 먹고만 싶다. ㅋㅋ 친구들도 만나고 머리도 자르고 목욕탕에도 가고 싶다.


3개월이 이렇게 지났다. 꿈만 같던 시간들. 한국에 어서 가고 싶던 시간도 있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순식간에 지나간 것만 같다. 생애 첫 긴 여행이 내게 남긴 것들을 잘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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