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교회에 가고, 아빠가 나에게 집 뒤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아빠와 단둘이 산책이라니 말만 들어도 너무 어색하고 긴장이 되었다. 알겠다고 답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아빠가 이어폰을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둘이 함께 산책을 하는데 이어폰이라니, 어찌보면 참 이상하지만, 난 내심 안심을 하며 이어폰 두개를 챙겼다. 앨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부터 우리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하하하... 집까지 돌아오려면 아마 두시간은 걸릴텐데, 아빠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두시간이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왜 교회에서 늦게 돌아오는지 원망하는 맘이 살짝 들 정도였다. 둘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서 한참을 걷다가 어쩌다 아빠가 이번에 새로 계약한 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여수로 이사..
미움과 분노로부터는 진정한 진보가 나올 수 없습니다.다만 투쟁 끝에서 수명이 짧은 승리만이 가능할 뿐입니다. 지배권력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은지배구조를 철폐하거나 탈취하는 방식이 아니며사실 그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지배권력은 반드시 존재하며피지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지배층의 몰락은 피지배층의 몰락과 결부되어 있거나피지배층을 지배층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반복됩니다. 그러므로 지배권력을 끌어안아 그 범위를 넓히거나권력의 한계를 깨달아 권력을 견제하는 권력을 끊임없이 재창출하는 방식만이불완전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그나마 가능한 해방의 과정입니다. 해방은 없고 다만 해방의 과정만이 존재합니다.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어야 하는 것이지요.반복을 지향하는 순간이 가장 해방적인 순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낯선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지난 글들을 모두 티스토리로 옮김) 휴직을 하고 좋은 점 중 하나는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종종 만나는 일이 즐거워졌다는 것이다. 일을 할 때는 너무나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또 계속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보니 쉴 수 있는 시간엔 무조건 혼자 있고만 싶었다. 잠을 자거나, 아님 그냥 누워있거나. 오죽하면 그렇게 공동체를 외쳐온 사람이 혼자살겠다며 독립을 하게 되기까지 했을까. 사람들의 연락에 가벼운 답장을 하는 것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활동을 하며 생기는 고민들을 혼자 껴안을 때가 많았다.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은 내 고민을 보태지 않아도 이미 너무 바쁘고 힘들어보이고,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엔 내 고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