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4 (지금은 산티아고를 향한 까미노를 걷기 위해 생장으로 이동하는 중. 침묵피정을 하는 동안 썼던 일기를 정리해본다.) 1. 침묵피정을 하는 내내 날이 매우 맑았다. 덕분에 들판에 매트를 깔고 누워서 명상도 하다가 글도 읽다가 편지도 쓰다가 음악도 듣다가 낮잠도 자다가 글도 쓰면서 침묵을 만끽했다. 때로 같이 침묵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왜 떼제에 오게 됐는지 침묵피정엔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는지 등을 묻고 싶기도 했지만, 침묵하며 서로 눈이 마주치면 미소로 응답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들판 한구석에서 요가를 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를 접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너 그래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거 알아?"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
http://www.hrecenter-dl.org/5623/ 자립을 요구 받지만 기대되지는 않는 사람들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야.”, “보호자 어딨어?”, “밀가루 음식 먹지 마.” 척수장애인강사양성과정에서 만난 교육 참여자들이 “나는 이 말만 좀 안 들어도 스트레스가 줄 것 같다”는 질문에 적어준 답이었다. A는 자신도 밀가루 음식 잘못 먹으면 배에 탈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살면서 때론 ‘불량식품’이 먹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 인간인데, 엄마는 마냥 먹지 말라고만 해서 밤에 몰래 떡볶이를 먹었다고 했다. B는 은행에 통장을 만들려고 갔는데 필요한 서류를 다 챙겼음에도 직원이 보호자는 어딨냐고 묻는 게 화가 났고, 흥분한 그의 말을 은행직원은 더 알아듣지 못했다고 했다. 복지 혜택에 기대지..
의제강간 연령 상향하면 해결됩니까?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구조의 문제를 보자 ※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연령 기준을 상향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착취’ 사이에서 논의가 깊어지길 바라며, 이 법안에 반대하며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방식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쥬리 활동가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작년 12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만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의제강간이란, 기준이 되는 연령 이하의 사람과 성관계할 경우 강간으로 간주해 형사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 발의안에서는 만 16세 미만인 사람과 만 19세 이상인 사람이 성관계할 경우를 기준으..
http://m.ildaro.com/7714 “약탈적 여성대출을 규제해야 합니다” ③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유나 인터뷰 금융화 시대에 우리의 일상은 빚으로 점철돼 있다.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을 얻으려 해도 다 빚이다. 돈이 없고 신용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제 1 금융권(시중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복지는 멀고 제2, 제3 금융권은 가깝기만 한 것이 한국사회다. 지난 10월 27일 반성매매인권행동 활동가들이 강남역 부근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의 제목은 ‘대출은 추심!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다. 측은 “빚을 지고 연체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을 멈추고, 마구잡이로 대출을 내어주고 수익을 노리는 금융권에게 왜 갚지 못할 돈을 빌려줬는지를 따져 물어..
20170413 1. 엄마가 떠났다. 사실 내심 어서 혼자가 되고픈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엄마가 탄 버스가 떠난 빈자리를 보니 맘 한켠이 휑-해지면서 정말 말 그대로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떼제는 부활절을 앞두고 매일 천명 가량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들어오고 있는데 외로움이라니,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배웅하고 방에 들어오니 괜히 울컥했다. 그래서 사람이 난 자리가 더 크다고 하나보다.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항상 크고 작은 감정에 질척이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 감정에 더 빠져들고 싶지 않았는지 갑자기 잠이 밀려와서 낮잠을 잤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도 찝찝한 꿈들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조금 개운해진 것 같았다. 내 몸과 마음의 신호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
http://m.huffpost.com/kr/entry/8920204#cb 힘든 시기를 겪는 것에는 놀라운 혜택이 있다 2016년 01월 06일 | 업데이트됨 2016년 01월 07일 Carolyn Gregoire The Huffington Post 원문 읽기 The Huffington Post US frida kahlo 프리다 칼로의 가장 유명한 자화상 중 하나는 병원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피를 흘리는 모습이다. 칼로는 거미줄 같은 붉은 혈관으로 공중에 뜬 달팽이, 꽃, 뼈, 태아 등과 연결되어 있다. 1932년의 초현실주의 작품인 ‘헨리 포드 병원’은 칼로의 두 번째 유산을 예술적으로 옮긴 강렬한 작품이다. 칼로는 이 그림은 ‘고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녀는 여러 번의 유산과 어..
http://www.anotherworld.kr/m/324 “마음 아파도 괜찮아” 집담회 전문가 강연 [지난 8월 23일에 정신 장애와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행동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집담회 “마음 아파도 괜찮아”가 열렸습니다. 아래 글은 이 행사의 메인 강연이었던 ‘1부 전문가 발표’를 맡아주신 라다님(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상담원, 여성주의상담연구회 이사)의 강연 내용을 녹취해 정리한 것입니다. 이 날 발표를 맡아서 소중한 기여를 해주신 라다님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녹취와 정리에 수고하신 밀사님과 전진한 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 날 있었던 나머지 발표 내용과 전체 행사 내용은 앞서 올린 후기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상담심리 전문가인 라다입니다. 저는 한국성폭..
1.. 글을 시작하며 홉스봄의 표현법을 빌려 감히 말하되 자살의, 더욱 정확히는 사회적 타살의 시대입니다. 남한사회에서만 하루에도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뉴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보도하듯 자살은 10대와 20대 사망의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직시하기가 꺼려진다면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에 잠시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요? 절반이 넘는 고시생이 한 번쯤은 우울증에 고생한다든가, 20대 여성이 중증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정신분열을 겪을 확률이 10%를 넘는다든가, 세 사람이 모이면 그 중 한 명은 불안장애 경험자라든가 하는 주제들 말입니다. 아마 사회나 체제 혹은 ‘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신 분이라면 이를 두고 어떤 설명을 하고 싶어 하실 지도 모..
http://todayboda.net/article/7088? 오늘만나다 2016/10 제21호 활동가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상담심리 전문가 라다 인터뷰 인터뷰 김유미 편집실 기획국장 만난이 라다 한국성폭력상담 소 책임상담원 심리적 문제나 정신질환의 근원 중 하나는 우리의 감정을 회피하고 억압하는 것이라 한다. 특히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힘듦’은 오래 곪다 터지는 경우가 많다. 엄격한 정치적·도덕적 잣대를 자신에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힘들다는 얘기를 할 곳도 마땅치 않다. 비슷한 조건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동료 활동가에게 투정부리는 것도 내키지 않고, 가족에게 내색이라도 했다가는 ‘그러니까 때려 치고 돈이나 벌어 오라’는 잔소리가 돌아오기 십상이다. 직장인 친구..
(전자책으로 읽어서 페이지를 첨부할 수 없었다. 목수정의 파리의 생활 좌파들 중 인상적인 구절들...) “그것은 바로 활동가 생활이 내게 준 선물이지. 대학은 굳은 지식을 전하는 곳이야. 거기서 배운 지식은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 가두는 경우가 더 많아. 하지만 운동가는 자신이 꾸는 꿈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로 인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고 방법을 모색하게 되지. 토론하고 선언하고 실천해 나가면서 온전히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지식과 지혜를 삶 속에서 얻고, 그것은 우리를 더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해방의 열쇠를 제공하지. (···) 그러니 질문을 멈추지 말 것. 질문의 노마드(nomad: 유목민)로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이 활동가의 첫 번째 사명이야.” 어머니는 나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자본..